이건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물의 이야기이다.
이번에 영남알프스를 완등하면서 느낀 점이 너무나도 많다.
말로써 설명이 부족할 만큼 기쁨과 성취감이 너무 커서 한동안 그냥 잠잠히 지냈다.
그러다 며칠이 지난 오늘 뿌듯함 보다는 감사함이 더욱 앞섰다.
나를 산으로 이끈 사물... 스틱
맞다. 등산스틱이다.
따지자면 이걸 준 사람이 나를 이끌었다고 해야겠지?
십수 년 전 우리의 산행을 이끌었던 산행대장님 오쌤!
그때는 정말 산도 모르고 야유회라 그냥 따라다니던 시절.
힘들었던 나의 다리에 도움이 될까? 그리고 좀 멋있어 보였던 스틱을 달라고 했더니 하나를 선 듯 내어 주었던 오쌤.
너무 잘 내려와서 이거 있으면 다시 산 탈 수 있다고 원래 두 개 세트 아니냐 했더니 맞다고.. 그럼 달라고 하니 또 준다고 하는 우리 산행대장 오쌤님.
그렇게 나에게 온 것이 바로 블랙야크 듀랄루민 스틱!
이번 영남 알프스 완등의 주역!
스틱이 뭔 별거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스틱 없으면 산을 못 가는 사람도 있다! 바로 나!
왠지 불안하고 초조하며 어색한, 그럼에 스틱은 필수라고 외치는! 정말 산행에 필수장비인 스틱!
오늘 저녁 먹고 갑자기 생각나서 십수 년이 넘어서 형님께 전화를 했다.
너무 감사하다고 이게 다 형님이 주신 스틱 때문에 시작된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정말 진심으로.
여전히 밝은 형님.
기억이 가물하신다고는 하지만 맞는 건 맞는 거니깐.
사진 보면 아실 듯.
암튼 너무 장황하게 오버한다 하겠지만 그만큼 큰 기쁨과 그것을 실행에 옮기게 해 준 나의 지인과 사물에 감사함에 이렇게 글을 남겨 본다.
앞으로도 나와의 산행에 같이 할 블랙야크 스틱과 그것의 전주 형님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며 오늘 술주정 끝!
신불산 슬릭백~! 자세히 보면 떠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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