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이다.
술을 아주 많이 즐기는 부류이다 보니 예전부터 취미(?) 아닌 취미생활로 회사 친한 형님과 함께 신장개업집 도장 깨기를 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새로 신장개업을 하는 집에서는 라이터며 각종 사은품을 주고 운 좋으면 수건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음식점들이 성황리에 개업을 했었다.
(당시에 기숙사 생활을 해서 수건은 아주 유용한 생활용품이었지...)
그래서 힘든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퇴근길에도 새로운 간판들이 보이면 저녁회식을 빌미로 개업집들을 다녔고 개업선물도 수거(ㅋ)하고 이런저런 음식맛도 평가해 보면서 일명 '장평맛슐랭'이라고 칭하며 다녔더랬다. ㅎㅎ
그게 벌써 20여 년이 다 되었다.
내가 좀 더 부지런하고 소셜미디어 쪽으로 하고자 했으면 지금쯤 유튜버 같은 걸 하지 않았을까도 싶지만 일이 바빠 그런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로 자기 합리화를 해본다. ㅋㅋ
그나마 이 블로그를 유지 중인 게 불행 중 다행이니겠는가.
암튼 20여 년을 이 동네에 살면서 느낀 점들은 요즘 음식점들의 생명력이 아주 짧다는 것이다.
이 동네 산업구조상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며 예전보다 많은 인력들이 빠져나간 상태라 가게들이 버티질 못하는 형국이다.
거기다 '외노자'(외국인근로노동자) 들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우리 한식음식점들이 너무 큰 고통을 겪고 있지 않나 싶다.
(대부분이 삼겹살 같은 돼지고기를 쓰지만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만큼 이 동네에 무슬림이 많다는 의미)
여하튼 오랜만에 좋은 가게 하나를 발견하고 보니 반가운 마음에 옛날 생각이 나서 주절주절 사설이 좀 길어졌구먼. ㅎㅎ
장평 후문 앞.
어느 날부터 공사 중인 가게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까지는 김밥집이었던 협소한 크기에 라멘간판이 등장.
솔직히 이 동네에 웬 라멘집? 하며 걱정반 섞인 의문이 들었다.
오래가지 못할 텐데 과연 어떨는지...
그래서 개업한 것 같아서 퇴근 후에 몇 번을 방문을 해봤는데 웬걸... 주인이 매번 없다. ㅎㅎ
시간대를 잘못 찾은 건지 영업은 11:00~20:00까지라는데 저녁시간 17:00 정도에 주인이 없으니 조금 당황스럽네.
연 이틀을 갔지만 가게 불면 켜있고 주인은 없다. ㅎㅎ
이런!!! 이러면 곤란한데!!
그러고 일주일이 지나 점심에 찾은 라멘집.
드디어 입성!!!
메뉴는 3가지.
주인 혼자 하는 집이라 이것저것 많은 것보다 딱 적당하게 있는 메뉴가 깔끔해 보인다.
기다리며 해볼 수 있는 파친코. 재미는 없다.
내 돈으로 하는 게 아니라서. ㅋㅋ
가게가 작다 보니 아기자기하게 일본스러움이 묻어난다.
드디어 먹어보는 라멘.
돈코츠라멘 매운맛.
와~!!!
맛있다!!
네이버 검색에 이 가게에 대한 글이 두어 개 정도가 있어 보니 국물이 좀 연하다고 평들이 있었지만 내입에는 아주 좋았다.
특히 매콤함은 적당하니 계속 땡기는 맛.
옆에서 회사형님은 한입에 맵다고 하는데 맵찔이들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요즘 맵부심이 있는 나에겐 완전 환상의 맛!!
세트로 같이 나온 차항(계란 볶음밥)도 간도 좋고 맛있다.
원래 라면엔 김치가 국룰인데 김치 없으면 느끼하진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걱정도 팔자다.
전혀 느끼하지 않다.
자꾸자꾸 생각나네.
그래서 다음날 등산 후에 바로 방문.
이틀연속이다.
이번엔 기본 톳토리스라멘.
이건 간장베이스의 국물 같은데 이것도 맛있다.
개인적으로 우동을 선호하지 않는 취향인데 이 집 라멘은 생면에다가 면이 얇아서 너무 좋아 국물까지 싹싹~ 비웠다.
주인장이신데 혼자서 하는 가게에 소신이 있는 맛인 것 같아서 너무 좋다.
자주 오게 될 것 같아서 사진 한 장 남기며 물어보니 가끔 부산 쪽에 일이 있어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니 때를 잘 보고 방문하는 게 좋을 것 같다.
6개월을 버티기가 어려운 게 이 동네 밥장사인데 너무 자주 비우면 가게 홍보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오지랖 같은 걱정은 접어두고 열심히 하셔서 오래오래 살아 남길 진심으로 응원해 본다.
개인적인 친분 전혀 없는 어쩌다 발견한 맛집이며 맛은 개인적인 평가이니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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